안녕하세요, 술영입니다. 세 번째 술레터를 강릉에서 보내드려요. 

저는 퇴사를 하고 강릉에서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다가 통창으로 보이는 카페에 앉아 레터를 쓰고, 

저녁에는 어떤 음식과 술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새 회사의 출근 날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아 하루를 영원처럼 보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써요.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할 때, 나 혼자 하지 않는 이 짜릿한 기분을 느끼면서요. 

세 번 밖에 레터를 보내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레터를 보내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소중합니다. 

모니터 너머에서 제 글을 읽어주실 분들을 생각하면 고맙고 애틋하고 그래요.

구독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그럼 이번 술레터를 시작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술영 드림 

 그리고 백화수복은 따뜻하게 데워먹어도, 미지근하게 먹어도, 차갑게 냉장고에 넣어 먹어도 모두 맛있어요. 따뜻하게 데워먹을 때는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사케 술병에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좋고, 냄비에 중탕해서 데워도 좋아요. 중탕을 하면 훨씬 향이 좋지만, 사실 저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충분히 향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조금, 귀찮잖아요? 

다만 맛과 향이 은은한 편이라 양념이 다소 센 음식과 먹으면 아쉬울 수도 있어요. 대신 회나 전, 튀김, 자극적이지 않은 탕, 생선 구이 등의 음식과 곁들여 먹는 편을 추천드려요!✨🍶

 같은 대학교에 같은 과를 나왔지만 아주 특이하게 친해진 친구들이 있어요. W언니와 두 명의 J. 저와 W언니는 같은 학번이고 원래 친했었는데, J와 또 다른 J는 재수를 해서 학번이 하나 아래였어요. 한 J는 다른 학교로 넘어갔고, 한 J는 군대를 다녀오고, W언니는 유학도 다녀왔어요. 이렇게 학교를 같이 다닐 접점이 없는 넷이었는데, 제가 4학년 1학기를 마쳤을 쯤 갑자기 술자리가 잡혔어요. 이렇게 네 명이서 술을 마신다고 했더니, 다들 그 조합 신기한데?라는 반응이었을 정도로 뜬금 없는 조합이었죠. 

 네 명이서 처음 만난 날, 처음 만난 날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어요. 제일 신기했던 건 이야깃거리와 대화의 텐션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거에요.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아니, 이렇게나 잘 맞는다고? 하며 생각했던 게 아직도 생각이 나요. 다행히(!)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그 이후로 넷은 자주 만나서 술을 먹기 시작했어요. 술을 먹을 수록 느낀 건 넷 다 너무 다르지만, 술과 술자리에 관련해서는 상당한 부분이 일치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술을 먹는 속도도, 술을 먹고 나면 꼭 노래방을 가야하는 성격도, 주량도, 안주로 선호하는 것들도 닮았어요.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오만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휙휙 넘어가도 모두가 그래서 괜찮았어요. 음식과 술에 있어 도전적인 성격들이라 새로운 술, 음식에도 겁을 내지 않았고요! 그렇게 찐소울 술메이트가 된 우리는 함께 부어라 마셔라 많은 날들을 보냈답니다. 

그러다 두 명이 해외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소울술메이트들이 없으니 술자리도 줄었죠. 그러다 저번에 줌으로 랜선 술자리를 했는데 너무 좋은 거 있죠! 물론 시간대가 (무려) 3개라 어느 한 팀은 아침 9시부터 술을 마셔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말 많고, 술과 먹을 것에 진심이라 좋았어요. 카톡을 하는 것도 좋지만 말로 하니까 더 좋고요! 최근 랜선 술자리는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에 시작한터라 새벽에 저와 다른 친구는 새벽에 잠에 들어버렸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멀리 있어도 얼굴 보고 함께 짠을 할 수 있다는 게 새삼 얼마나 값진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랜선으로라도 짠을 하려고 해요. 아침에, 낮에 만나더라도 말이에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신기하게 친해진 친구들이 있나요? 그리고 친한 친구 중 먼 곳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나요? 

요일마다 보내드려 본 후, 가장 많이 보시는 시점을 하나 정하려고 해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